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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를 만들었다. 무한한 상황들과 변화를 지닌 무한한 시간의 주기를 전제로 한다면, 단 한 번이라도 오디세이아가 쓰이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. 그 누구도 아닌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며, 단 한 명의 죽지 않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다. 

-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, 알레프, 25p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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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무한한 변화와 가능성을 품고서 떨어져 나온 것들. 그것들은 거대한 부분에서 일부분들로 풍화되고 또 다시 서로 쌓는 것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며 의미 있는 세상의 한 단면을 영구히 만들어 나간다. 애매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그 형태를 보고 있자면 우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. 순환하는 과정 속 만남은 서로를 영웅으로, 철학자로, 악마로, 세계로 만든다. 그리하여 일시적으로나마 나는 그 누구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가 나는 모든 사람이 되기도 한다.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라는 개인 혹은 사람 간의 관계가 무엇으로든 결정되고 다시 변화될 수 있다는,

 한순간도 멈춤 없이 생생히 작용하는 이 세상의 모습을 작업 안에서 시도해 나가고 있다.

 

 어떤 결정된 한 지점을 묘사하기보다는 창조와 말소의 이중 운동 안에서 독립적인 회로들이 서로 무화하고, 모순되고, 서로를 다시 취하고, 분기하는 도식을 그려나가려고 한다. 이 작용 혹은 운동 에너지는 과정을 나타내지만 어떤 질/속성이자 하나의 상태로써 그 자체이기도하다. 그렇기에 이동가능성 혹은 전이가능성을 내포하며 동시에 식별이 불가능한 지점을 암시한다. 그리하여 나의 화면은 생동하며-불규칙과 규칙을 번갈아가며- 균형을 이루어 가는 모습을 담고자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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